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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 일지 리뷰: 최고 시청률 7%와 인생 드라마

문화/드라마 리뷰

by 리뷰덕후감 2022. 6. 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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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 일지⪢는 4월 9일 방영을 시작하여 5월 29일 종영하였습니다. 16부작이라는 꽤 긴 흐름을 가진 드라마가 이렇게 여운이 많이 남을 줄이야. 드라마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했습니다.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도 인생 드라마라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작가 특유의 칙칙한 인생이 엉키는 게 중반까지 가다가 중후반에 크게 해소되면서 그만큼 큰 카타르시스가 오거든요. 이번 작품인 ⪡나의 해방 일지⪢도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맛에 박해영 작가의 작품을 보는 거겠죠.

 시청률 추이가 첫 화 3%으로 시작해서 마지막화가 7%로 차근차근 성장했지만, 특유의 음침함이 평균 4%를 유지하게 한 이유였겠죠. 시청률에 비해 화제성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주말드라마 10:30~ / 16부작 / 장르: 가족 로맨스  누아르 
 

나의 해방일지 | 넷플릭스

어른이 된 후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세 남매. 한없이 평범한 삶 속에서 특별한 성취와 자유를 찾아 나선다.

www.netflix.com

 화제성의 가장 큰 이유는 구 씨 때문인데요.

 중반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방인 구 씨가 한가닥 하는 사람일 거라는 예상은 누구나 하지만, 마담 출신의 구 사장이 되는 모습도 재미 포인트였어요. 가족 드라마 안에 녹아있는 누아르라니, 발상도 신선하고 지겨워질 만하면 긴장감을 꽉꽉 채워주는 요소였습니다.

 염씨네 삼 남매도 매력 있는 캐릭터가 많았습니다만, 막내 미정이와 구 씨의 연애가 이 드라마의 8할은 했다고 봐요.

 둘의 연애가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하고, 추앙한다는 어색한 단어로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마지막에 일 년이나 떠났던 술쟁이 구 씨를 미정이가 보듬으며, 잔소리 하나 없이 다시 시작한 모습도 힐링이었죠. 음침한 거에 비해 잔잔한 힐링이 넘쳐나는 드라마였습니다.

 긴 여운이 남는 이런 드라마를 만든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평범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 소재를 이렇게까지 살리다니, 특히 경기도 도민이 보기에 좋은 드라마예요. 명대사도 꽤 많습니다. 

난 어차피 경기도민이니까 어딜 나가도 서울 나들이다. 그러니까 약속 장소 편하게 정해라. 내가 그러긴 했어. 그래도 적어도 경기도 남부냐 북부냐 동부냐 서부냐 이건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니?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랬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내가 산포시 산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산포시가 어디 붙었는 지를 몰라. 내가 1호선을 타는지, 4호선을 타는지. 어차피 자기는 경기도 안 살 건데 뭐 하러 관심 갖냐고 해. 하고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갖고...

 제가 비록 이혼했지만, 제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게 결혼이에요. 어딜 가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나겠어요.

서울에 살았으면 우리 달랐어?
달랐어.
달랐다고 본다.
난 어디서나 똑같았을 것 같은데. 어디서나... 이랬을 것 같애.


난 조선시대가 맞았어. '오늘부터 이 사람이 네 짝이다' 그럼 '예, 열렬히 사랑하겠습니다~' 그러고 그냥 살아도 잘 살았을 것 같애. 사람 고르고 선택하는 이 시대가 난 더 버거워.


밝을 때 퇴근했는데, 밤이야. 저녁이 없어.


아무한테나 전화 와서 아무 말이나 하고 싶어.
여태 떠들었는데, 맨날 떠들었는데, 여전히 떠들고 싶니?
나 하고 싶은 말은 못 했어. 존재하는 척 떠들어내는 말 말고, 쉬는 말이 하고 싶어. 대화인데, 말인데, 쉬는 것 같은 말. 섹스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 남자랑 말이 하고 싶어.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확실해? 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 되어 있는 거?
확실해.
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구 씨 역의 손석구는 1983년생이고 2016년 데뷔를 했습니다. 유명세를 빨리 탄 편이죠.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찍은 범죄도시 2가 드라마 끝나서 개봉하는 바람에 서로 순풍을 불어줬습니다. 특히 범죄도시 2는 관객 천만이 넘은 흥행작이고요. 

다른 배우들도 빠짐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아버지 염제호역의 천호진의 연기가 드라마를 묵직하게 잡아줬습니다. 정말 연기폭이 어마어마한거 같아요. 국내의 중견배우들은 경지를 넘으신분이 많은거 같습니다.

 염창희 역의 이민기는 오랜만에 보는데 저는 이 배우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염창희가 소원이던 롤스로이스 타는 장면하며 마지막에 장례 지도사가 되는게 제대로 해방된 거 같습니다. 

염기정 역의 이엘도 팍팍한 장녀다웠고 막내 염미정역의 김지원은 말할 필요도 없네요. 다른 조연들도 모두 빠짐없이 좋았어요. 장편 드라마로 이 캐릭터들 하나하나 서사를 풀어나가도 저는 봤을겁니다. 

 좋은 드라마고 추천을 합니다만, 취향타는 작품이니 시작하시는 분들은 6화까지만 어떻게 잘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그 이후부터 본편이나 다름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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