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도깨비 깃발[넷플릭스]: k-블록버스터는 세계에 통하나?

 해적 도깨비 깃발은 국내에서 개봉 후 흥행 부진에 관객평도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흥행 실패를 만회하고 글로벌에 k-블록버스터로써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해외는 킬링타임용 영화들이 많은데 비해 국내는 자금력 부족과 관객을 끌어모을만한 능력도 부족하기도 하고, 하여튼 국내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생존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적 도깨비 깃발은 볼리비아·캐나다·이탈리아·우루과이에서 1위의 시청시간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룩했죠. 

 해외 평점은 로튼 토마토 관객 평점 64점, flixpatrol 평점 6.5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내 평점은 다음 평점 5.5, 네이버 평점 5.6으로 평균은 되네요. 이 정도 평점이면 평타는 하는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겠지만 국내 팬의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분위기입니다.

해적: 도깨비 깃발 | 넷플릭스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2시간 5분/ 2021년 제작/ 코미디 어드밴처 액션 블록버스터

줄거리>
 자칭 고려 제일 검 우무치(강하늘)와 의적단 일행은 망망대해에서 죽음을 기다리다 운 좋게 해적선에 구출된다. 해적 단주 해랑(한효주)에게 한눈에 반한 무치는 티격태격하며 해적선에 머무른다. 우연히 왜구의 배를 약탈하다 고려의 숨겨진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해적단은 인생역전을 위한 모험을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라진 보물을 찾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고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라의 귀족 부흥수(권상우)가 나타나는데...

 200억의 제작비를 들인 해적 도깨비 깃발은 비슷한 규모의 제작비를 사용한 모가디슈와 비교했을 때 잘 쳐줘도 B급 이상은 안됩니다. 해적선과 소품 제작, 그리고 의상에 많은 신경을 쓰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부분 CG로 촬영했다고 하는데요. 마지막에 등장하는 번개 섬은 제주도에 CG를 합쳐서 절묘하게 만들어내는 등 스케일이 큰 게 영상미는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딱 B급 영화입니다.

막이와 펭귄

 플레이 타임 2시간은 상당히 긴 시간이죠. 최근 더 배트맨의 상영시간 압박도 잘 견뎌냈는데 이 작품은 중간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몇 번 끊어서 봤습니다. 의무감으로 시작된 거라 엔딩 크레딧을 보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어요.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 아이가 재밌게 보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유치함이 어린이 수준이네요. 이전작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도 인지도 높은 배우들 데려다가 개그 연발하는 게 뜬금없다는 소리가 있었지만 이번 작품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효주의 과하게 올라간 아이라인만큼 개그연기는 어색하기 그지없고 뜬금없이 나타난 펭귄과 막이 역할의 이광수는 예능 찍을 때와 다를 바 없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조연배우들과 함께 남발하는데요. 아이들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저는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권상우는 연기력은 둘째치고 발음논란이 항상 있어왔는데요.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알만한 악당을 평이하게 연기했습니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무난한데 2시간이나 하니까 개그마저도 지루해집니다.

악당 부흥수

 가족이 함께 볼만한 작품을 구상했다면 애덤 프로젝트처럼 어린이가 나와서 주변 인물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스토리를 넣어서 관객은 감정이입이 쉬워지고 스토리는 더 풍성했을 텐데요. 막이(이광수)가 해적선의 임시 단주가 되면서 겪는 억지스러운 상황들을 리더로서의 자질에 빗대어 교훈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아니, 억지스러워서 공감이 잘 안 되더군요. 철없는 어른과 성장하는 아이는 한 끗 차이지만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해적단 단주 막이의 리더십

  주인공 우무치가 일행과 함께 모험을 떠나고 악당이 나오고 반전이 있다가 최종 목적지에서 대결하는 딱 정석인 어드밴처 공식대로 흘러가는 스토리는 무난하고 배에서 이뤄지는 액션도 나름 현실감 있고 조연배우들을 자주 등장시키며 관객을 웃음 짓게 할 개그코드 심어 놓은 것까지 딱 할리우드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흐름입니다. 어렵지도 않고 개그가 난발하는 바람에 정색하게 되는 거 빼고는 뭐, 평타라고 봅니다. 해외에서도 이런 공식이 통했는지 많이 시청을 하기도 했고요.

우무치와 해랑

 k-블록버스터로써의 가능성은 확인이 된 셈이죠.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한국 영상에 많은 흥미가 생긴 상황에서 작품만 잘 나와준다면 충분히 올라갈 여력이 있습니다. k-콘텐츠의 힘을 재확인했어요.

국내 흥행 부진 '해적:도깨비 깃발' 넷플릭스서 세계 3위

 해적 도깨비 깃발의 김정훈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권상우와 함께했던 탐정: 더 비기닝 외에는 아는 작품도 없고, 인맥 타고 기회 얻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으니 넘어가죠. 대규모 제작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물론 저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안 봅니다.

김정훈

 배우 강하늘의 연기력은 논란이 없죠. 청년 경찰에서 능청맞은 연기도 잘하는 것을 이미 보여줬습니다. 여기서도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낸 듯 보여요. 한효주도 연기력이나 비주얼에서 빠지지 않는 배우지만 가족문제로 소란스러웠죠. 작품에도 그녀의 평판이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김지훈 일병 자살 사건과 연기 인생을 별개로 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내 여배우 중에 개그 가능한 배우는 거의 없는데 도전 자체에 박수를 보냅니다.

강하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한효주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음악감독은 황정민 배우의 동생으로 알려진 황상준 감독이고, 필모를 보니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참여한 경험이 풍부합니다. 저는 영화도 무난한데 음악도 80년대 곡 같이 진부해서 별로였습니다. 

황상준

 국내에서 이만한 블록버스터를 만든 것에 찬사를 보내지만 영화의 수준이 좋은가는 다른 문제 같습니다. 국내에서 B급 K-블록버스터가 탄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고 있는 것에 반가워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마칩니다.